최적화 (1)
이 안에 있는 모든 컴퓨터들은 아주아주 느리고 고물이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 전에나 쓰던 여우와늑대컴퓨터, 삼보컴퓨터 이런 걸로 하루 10시간씩 주 5일 쉬지도 않고 돌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고물이 되겠거니 한다. 컴퓨터란 가끔 참 알 수 없는게 기계이긴 한데 딱히 무슨 유지보수를 해 줘야하는지도 모르겠고, 유지보수가 필요한 컨디션 또는 시간이 도래하는지도 모르겠는데 꼭 그걸 체감할 때면 걷잡을 수 없이 상태가 나빠져 있고는 한다. 오늘도 컴퓨터가 말썽이었다.
디스크 조각 모음과 최적화를 한 번씩 돌려 보고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파일들을 깔끔하게 삭제했다. 작년에 정보처리기능사 공부를 하면서 배운 바에 의하면 ‘삭제’라는 행위는 사실 저장되어 있는 데이터를 ’0‘으로 덮어씌우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우고 난 뒤로, 나는 무엇이든 절대 “깔끔”하게 삭제할 수는 없다는 어딘가 찜찜한 기분을 항상 느끼게 되었다.
올해의 나의 모토는 “제대로 한 명의 인간이 되기“ 이다. 이 모토가 함축하는 바는 매우 많다. 크게는 정신적인 성숙과 안전이 한 부분, 나머지 하나가 신체적 건강 그리고 ”최적화“ 이다.
최적화의 의미를 간단히 보면 아래와 같다.

내게 있어 최적화란 ‘가장 특수하고 개인적인 점이 모두 고려되어, 내가 가진 자원과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의 발견과 체화‘이다.
이를테면 사람마다 모두 활법, 즉 걷는 방법이 다르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최적화‘ 된 방법으로 걷고 있을까? 다리를 꼬거나 무심코 한쪽 다리로만 무게를 지탱하는 등의 ’개인적 습관‘이 나의 신체에 부하를 주어 구조적인 변형을 일으키고, 그에 맞추어 변형된 나의 걸음 습관이 지속적으로 나의 관절과 뼈에 불균형한 충격을 주어 어느 한 쪽이 과도하게 사용되어 말미에는 관절염이나 연골 탈락 등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지는 않을까?
최적화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개인적 습관’이 반영된 걸음걸이가 가장 특수하고 개인적인 점이 고려된 걸음걸이이기 때문에 ’최적화된’ 걸음걸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쪽에 과도한 부하를 주고 결국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걸음걸이는 외려 최적화의 정 반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최적화된’ 걸음걸이로 생활하였다면 더욱 오래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의 위협으로부터도 벗어나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개인적 습관’이 반영되었지만 최적화되지는 않은 어떤 행동들을 ‘비효율적’이라고 칭하자. 비효율적 걸음걸이는 건강 그 이상으로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비효율적 걸음걸이가 야기하는 신체의 불균형은 다시 신경적/ 신체적 고통을 의미하고, 이 고통은 다시 개인의 스트레스 레벨을 높일 수 있다. 높아진 스트레스 레벨은 대인관계와 사회성 형성, 만성 피로와 우울감 같은 신경증적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내가 사소한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 또는 미끄러운 경사면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아주 작은 습관을 고쳐 나가려고 하는 일들이 앞서 말한 모든 문제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걸음걸이와 같은 신체적 부문만을 예시로 들었지만, 최적화의 영역에는 식단과 사회적 상호작용, 스트레스 관리부터 아주 포괄적인 부문들이 포함된다. 계속해서 최적화란 어떤 하위목표들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