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 드립니다
2023. 8. 18. 20:21ㆍ카테고리 없음
편지같은 글의 시작에는 꼭 이름을 불러야 할 것 같지
개의치 않고 웅덩이를 뛰어넘는 아이들
젖어도 괜찮은 신발이 있을리가
두려움 없는 사랑 아래 너희가 있을 테다
나는 고작 어깨밖엔 못 적신 것이다
어젯밤엔 우산 아래가 내 전부인 양 했으니 말이다
도착하면 헤어져야만 하는 곳으로 나는 당신을 데리고 왜 그리 바쁜 걸음을 했을까
멀지도 않은 길을 찾으려 앞만 바라봤을까
어깨와 심장의 거리 같은 걸 생각했을까
어떤 작별 인사도 차 시간을 놓칠 만큼이나 길어서는 안 되고, 또 그런 헤어짐은 없어야 한다
놓치는 것이 많을수록 세상에 존재하는 그리움의 총량만 커질 뿐이니까
그러나 결국에 우리가 당신의 말마따나
적으로 남게 됐다는 사실이 퍽 슬프다
내게 당신은 위로였고 많은 순간에 은유였기 때문이다
읽었는지 모를 편지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영영 알 수 없겠지마는
이제 보내 드립니다
그동안 저는 모두 잘 받았습니다